2006

[스크랩] [COVER STORY]‘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독립영화계의 스타- <내 청춘에게 고함>의 양은용

이동길의 연극 2006. 7. 2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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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용이라는 이름을 언급하면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실 연출부 스크립터(<인터뷰>), 노랑가발을 쓰고 스티커 사진을 찍던 이성재의 비서(<공공의 적>), 설경구의 여자친구(<사랑을 놓치다>)라고 배역과 작품을 언급해도 그녀를 떠올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사진을 보여주면 아마도 “어디서 본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올법한 배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극단 ‘산울림’과 ‘유’에서 연극을 시작한 양은용은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 조금 늦게 서울예대 영화과에 입학했고, 의례적인 과정으로 공채탤런트 시험에 응시, 몇 편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하지만 방송시스템에 어울리지 못했던 그녀는 영화 관계자들을 알게 되면서 평소 관심이 있던 영화판으로 주 무대를 옮기기 시작했다. 출연했던 영화를 언급해도 떠오르지 않던 그녀의 얼굴이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영화를 하면서 간혹 출연했던 ‘부부클리닉’과 ‘드라마시티’를 포함한 몇 편의 TV 드라마 혹은 뮤직비디오 때문일지도 모른다.



양은용은 그런 배우다. 한 번 보면 누굴까 궁금증을 유발하고, 두 번 보면 계속 보고 싶은 매력을 지녔다. 앙증맞게 모여 있는 단아한 이목구비, 청아하게 공명하는 목소리는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 하지만 그녀의 진짜 매력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됨됨이’에서 비롯된다. <내 청춘에게 고함>의 전윤찬 PD가 귀띔한 “양은용이 현장에 오면 분위기가 바뀐다. 스탭들이 너무 좋아하고, 촬영에 들어가면 넋 놓고 그녀를 바라보느라 조용해질 정도다”라는 말은 조금 과장됐다손 치더라도 그녀의 성격을 수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돈 생각하면 절대 작업할 수 없는 독립영화에 4편이나 연속으로 출연했던 이유도 “하고 싶은 작품은 돈 안 받아도 상관없다”는 그녀의 철칙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독립영화를 통해 만난 양은용을 비록 단역이지만 상업영화나 단막극 형태의 드라마를 통해 만날 때면 색다른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돈을 벌기위한 선택이 아닌 좋은 작품이라 선택했다는 믿음이 작용하기에.

물론 양은용이 상업영화를 거부한다거나 항상 자신에게 떳떳한 결정만을 내렸던 것은 아니다. 갓 공채탤런트로 데뷔했을 때나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돼있던 시절, 지인과 소속사의 강요에 의해 출연하고 싶지 않지만 강압적으로 출연했던 경우도 많았다. 그런 그녀가 소속사를 떠나 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2004년 <양아치어조>를 촬영하면서다. 좋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출연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소속사와의 갈등은 결국 그녀를 ‘독고다이’로 만들었다. “제가 하고 싶은 영화면 한 장면이 나와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제가 출연하고 싶지 않은 영화면 연기에 티가 많이 나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못 느낄지 몰라도 저는 굉장히 민감하게 느껴요. 능숙하게 연기하지 못해서 남들이 봤을 때 왜 이렇게 못했냐고 말하는 장면이라도 제가 열심히 했고 진심이 담겨 있다면 약간 어수룩하게 보여도 남들의 의견에 상관없이 저는 그 장면이 좋거든요. 남들이 봤을 때 무난하게 넘어가는 장면이라도 제가 그 당시 하기 싫었거나, 무슨 사정으로 인해 제대로 못했다면 그 영화는 보기도 싫어요. 창피하고 부끄럽고 싫어서.”



현재 소속사 없이 2년 정도 혼자 일하면서 양은용은 오히려 일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물론 힘든 점도 많지만 돈과 사람에 휘둘리지 않고 하고 싶은 작품을 할 수 있다는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거절을 못하는 자신의 성격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양은용도 잘 알고 있다. 친한 감독, 제작사의 무리한 부탁을 결국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보니 그럴 때면 이를 대신 거절해줄 존재가 그리울 때도 있다고. 출연료로 기름값 하면 남는 것이 없기에 촬영현장을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작년에 장만한 중고차로 직접 운전하며 스케줄을 소화해도 힘든 줄 몰랐던 그녀에게 그녀를 아끼는 주변 사람들조차 “배우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생각을 바꿀 것을 권하는 현실이 그녀를 지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독립영화계의 스타’라는 말에 양은용은 과찬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녀가 독립영화를 연이어 선택한 이유는 독립영화의 다양한 장점들이 자신과 맞아떨어졌다는, 어찌 보면 단순한 이유에서다. “상업영화가 싫어서 출연 안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영화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장점들이 저랑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제의 들어오면 마음에 들어서 하게 되고, 하게 되고. 그렇게 장편만 4편을 이어서 한 것 같아요. <양아치어조> <내부순환선> <팔월의 일요일들> <내 청춘에게 고함>. 영화 제작 시스템 같은 문제들을 떠나서 저에게 제안이 들어온 상업영화보다 독립영화들의 매력이 더 컸던 거죠. 상업영화와는 다른 스토리, 감독님들의 스타일, 작업방식 등 독립영화가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친밀하고 정감 있었고요. 솔직히 소속사가 없으니까 노출이 잘 안되는 것 때문에 한계점이 있어요. 자료가 많아야 알아보기도 쉬울 텐데. 출연하고 싶어도 상업영화는 연락도 별로 없어요(웃음).”



그렇게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양은용에게 한 가지 소박하지만 너무나 소중한 꿈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영화 연출. 단편영화 연출은 양은용에게 또 하나의 도전해보고 싶은 대상이다. 학창시절 연기활동으로 인해 영화과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연출의 기회를 잡지 못했던 양은용은 시나리오를 구상하며 그렇게 감독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영화 연출은 저에게 또 하나의 꿈이에요. 예전부터 꿔온 하나의 꿈이기 때문에 시나리오는 오래전부터 쓰고 있어요. 완성된 시나리오는 3편에 불과하지만 단편적인 소스는 많이 구상해뒀고요. 그중 첫 번째로 찍을 작품은 정해놨어요. 지금보다 안정감이 생기고 자리가 잡히면 시작해야죠. 당장 못해도 언젠가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콘티도 준비하고 있답니다(웃음).”

청춘은 아픈 것. 힘들고 상처받고 어두운 것. 밝고 아름다운 것만은 아닌 것”이라고 정의하는 양은용은 자신을 “어두운 청춘은 지났고 이제는 밝은 청춘”이라고 표현한다. 예전보다 상황이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서 마음은 점점 밝아진다고, 상황은 힘들어도 좋은 것만 보려한다고. 힘들고 치열하게 작업했던 <양아치어조>와 <내 청춘에게 고함>이 소규모지만 개봉을 했고, 곧 <팔월의 일요일들>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그녀의 노력들은 작지만 소중한 결실을 맺고, 세상 빛을 보고 온전하게 잘 자랄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는 중이다. “큰 영화나 큰 역할은 아니지만 조금씩 필모그래피에 쌓여가는 작품들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는 양은용. 그녀의 “부족하지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갈” 행보는 ‘느림의 미학’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_독고남/ 장소제공_나무아래


출처 : 양은용 팬클럽
글쓴이 : ppalm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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